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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떻게 분석했고 설정했느냐를 믿고 좀 더 배짱부려봐야겠다는 걸 깨달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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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 0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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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배우앤배움 아트센터 16기 윤단비입니다.
드라마 [슈츠] 촬영후기를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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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슈츠 촬영 현장에 다녀왔어요. 
동생을 잃은 조선족 '곽유화'역할로 
중국어도 하고 연변 말도 하면서 동생의 목숨 값을 합의해야 했습니다.
조선족인지라 사투리와 중국어를 써야 했어요. 
주변에 조선족을 수소문해봤지만 협조를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은 사투리를 써야 할 때마다 겪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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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투리를 해야 해서 갑자기 주변을 찾아도 경상도 사람 한 명 안 보이기도 하고요.
​ 조선족 사투리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나흘을 흘려보냈어요.
그 와중에 중국어가 녹음된 파일과 발음이 따로 적힌 중국어 대본도 받았고요.
​ 결국 유튜브에서 조선족 다큐 영상을 찾아보며 
듣고 따라 하고 녹음해 들어보는 섀도잉이 제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촬영 전날, 진짜 중국인, 진짜 연변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쫓겨 다니느라
대본 분석도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어요.
다행히 촬영 전날 수업이 있어서 
수업시간을 활용해 선생님의 코칭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날 촬영장에서 있을 상황들이나 팁들을 공유해주셨는데 정말 유용했어요.
그중 제게 제일 유용했던 건 아래 세 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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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전날 너무 많이 연습하지 마라.
- 오늘 눈물 연기가 됐지만 내일 촬영장에서 되지 않을 수 있다. 당황하지 마라.
- 촬영장에는 한 시간 ~ 30분 전에 도착해 있어라.
실제로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제 부모님 역할이신 선생님들께서는 더 먼저 도착하셔서 이미 짜장면 한 그릇 다 드셨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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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날, 현장에 중국어 선생님이 계셨고요. 
컷 날 때마다 달려오셔서 발음 체크를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중국어는 의지할 수 있었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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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생각해보고 체크할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감독님께서 "눈물이 안 나와도 그냥 느껴지는 대로 해라.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셔서 
전 날 선생님의 조언과 함께 눈물 연기에 대한 압박은 접어두었습니다. 
촬영 날 아침까지 엉엉 울다 갔는데 정말이지 쏙 들어가서 하나도 안 나오더라고요.
촬영 후, 선생님이랑 수업 중에 모니터링했어요. 
아쉬움이 컸는데 구체적으로 여기에서 어떻게 했으면 제가 생각하는 대로 할 수 있었을지 같은 걸 함께 봐주시니까 좋았어요. 
이렇게 다들 모니터링해주실지 몰랐는데요. 

여러분, 다 보고 계세요. 대표님도 보고 계세요.
정작 저는 현장에서 아쉬웠던 점이나 저의 못생김을 마주해야 해서 피하고 싶었는데... 
프로페셔널하지 못했군, 하고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상에, 이번 촬영은 아직도 아쉽고요. 
책을 읽다가도 제가 맡았던 배역과 비슷한 캐릭터들을 보면서 
아,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고 생각하기도 해요.

이제 와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얼마나 네이티브냐가 아니더라고요. 
촬영 후에 들었던 코멘트 중에 하나는 "중요한 건 그렇게 보이느냐 아니냐"였는데 
무슨 말인지 이제 와서 이해하고 있어요. '이건 드라마지 다큐가 아니구나!'
저는 지방에 사는 친척도 없고 고향도 서울이어서 구사할 줄 아는 사투리가 하나도 없는데요. 
생각해보니 짧은 기간 동안 전라도, 경상도, 연변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들을 해왔더라고요.

저의 이미지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요. 
경상도 사투리의 경우 애드리브가 필요했었거든요. 
그때도 애드리브 한마디도 못했어요. 제가 뭔가 피해가 될까 봐. 
그런데 제 역할이 서울 살다 이사 왔을 수도 있고 원래 말투가 특이할 수도 있잖아요?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 말투가 다 똑같은 것도 아닌데요. 

슈츠 방송 후 한 달이라는 시간을 넘기고 보니 
제가 어떻게 분석했고 설정했느냐를 믿고 좀 더 배짱부려봐야겠다는 걸 깨달은 것 같습니다.
으, 눈치 보지 말고 할거 해야겠어요!

​ 후기는 이상입니다.
첨부한 사진은 연변 사투리 잘하고 싶던 제가 만들어낸 상형문자입니다. 헝헝헝
그럼 할거 하는 하루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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